[강원종합복지신문 이원종 대표] 다문화가정이란 국제결혼 등을 통해서 서로 다른 인종의 상대를 만나 결합한 가정, 즉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구성한 가족을 가리킨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이란 ①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조 제3호의 결혼이민자(대한민국 국민과 혼인한 적이 있거나 혼인관계에 있는 재한외국인)와 국적법 제2조에 따라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 ② 국적법 제4조에 따라 귀화허가를 받은 자와 같은 법 제2조에 따라 출생 시부터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자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도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대신 2007년 강원도교육청이 제시한 해석을 들어보자.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이주여성 가족 그리고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이주남성 가족, 그리고 노동자와 유학생 등 이주자 가족을 포함한다. 다문화가정은 국제결혼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국적에 따른 차별성 대신 한 가족 내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문화가정이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다양한데,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하지 못하는 만큼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 이민자에 대한 인권보호, 차별해소, 이민자의 사회통합, 내외국인 갈등완화, 불법체류자 문제 대처,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 이민자에 대한 국민인식 개선 등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결론을 앞당겨 말하자면, 다문화가정에 대한 문제의 시발점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별을 거부하는 사람조차도 타인의 시선이나 행동에 쉽게 묻어가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여전히 피부색과 외모가 다른 외국인을 무시하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백인에 대한 차별은 별로 없는데, 흑인이나 동남아인에 대한 차별은 눈에 띄게 나타난다. 특히 혼인관계가 아닌 매매혼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낳은 아이들이 이러한 차별을 받게 되고,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문화가정의 문제점 중 가장 뼈아픈 것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다. 자신은 한국에 태어나서 한국인이라고 인지하고 있었는데,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종차별과 비슷한 모독을 당하면 자신은 ‘한국인’이 아닌가 하는 인지적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느끼는 이질감,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대표적인 현상으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아이 자체를 위축되게 만들고, 스스로 꿈을 펼치기가 힘들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필수적이다. 부모 자체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기피하는 현상은 그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또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일반적인 한국 학교가 아닌 외국인학교 또는 다문화가정학교에서 배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국인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관계 형성이 더욱 결여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교육적 관심과 아울러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좀더 적응을 잘하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지닐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다.

다음으로는 정부와 사회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다문화가정 모두가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식면에 있어서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알게 모르게 차별로 인해 피해보는 다문화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지원, 국공립어린이집 입학 1순위, 결혼이민자 통번역서비스, 취업연계와 같은 프로그램이 강화되야 한다. 이러한 부분부터 제도적 개선을 통해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교육을 받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주화 문제다. 외국인 인력의 활용은 정주화 경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1950～1970년대 한시적 활용을 목적으로 저숙련 이주노동자를 대규모로 받아들였던 서유럽 국가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당시 한시적 이주노동자들이 장기체류 또는 정주하게 됨에 따라 이들의 가족재결합, 가족형성(본국인 배우자와 결혼 등)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의 사회통합이 중요한 정책이슈로 대두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정주화 원칙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민국가나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갖는 유럽 국가와 같은 방식의 이민정책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 그러나 한국이 처한 인구변동과 외국인 인력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야기되는 산업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 인력 및 이민자 활용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출산율 제고정책이 단기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민정책을 국가의 핵심전략으로 설정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며 사회적 논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종합적 관점에서 이민자의 유입, 체류지원, 사회통합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나 현재의 체계는 이러한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행과 같은 조직체계의 논리로 접근하는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이민정책과 관련 바람직한 다문화가정의 내용 및 방향을 정립하고 이에 기초하여 적절한 정책기능 및 관련 정책추진체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원종 대표  gwelfare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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