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김재봉 기자] 가계부채 1300조원 시대가 열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가계부채는 향후 한국경제를 위기로 빠뜨릴 뇌관으로 인식되고 있다.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한 요인에는 국가부채를 억제하고 가계부채를 늘린 정부정책에 기인한다. 특히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큰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억제정책을 펼쳤던 국가부채도 막지 못했다. 정부수립 후 2008년까지 300조 원대이던 국가부채는 매년 40조~50조원씩 증가해 2016년 기준 644조9천억 원, 2017년에는 692조9천억 원이 예상되고 있다.

원승연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펴낸 ‘가계부채 건정성의 요체’에서 “가계의 지급능력은 경기침체로 고용이 줄어들고 자영업자의 매출이 줄어드는 경우 저하된다. 장기적으로 가계의 불안정한 경제생활을 보완해줄 사회안전장치와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등 경제·사회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위해서 교육비, 주거비 지원 등의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활비 등 생계형 부채를 얻은 계층이 지속적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제도적 완충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부실화와 금융위기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한국의 가계부채 핵심은 소득대비 부채비율의 증가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 지급능력의 약화라고 했다. 특히 가계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북유럽 국가들은 실업급여, 실업보험, 연금 및 사회안전장치 등의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어 불황기에도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어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를 무너뜨릴 뇌관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4년 기준으로 주요 국가별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극심한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를 경험한 미국과 스페인 보다 훨씬 높은 162.9%를 기록하여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의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283.2%를 기록한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한국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원 교수는 네덜란드와 북유럽 국가를 비교하면서 가계부채 자체는 물론 지급능력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이 가계부채 비율은 높지만 소득이 안정적으로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다면 소득에서 차감되는 금융비용이 높아도 가계의 부실화 문제에 대한 우려는 경감될 수 있다.

대부분 가계의 지급능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어떤 가계가 실업상태에 놓이거나 사업에 실패해 소득흐름이 감소하거나 단절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즉 가계의 지급능력의 핵심이 얼마나 해당 가계가 안정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이라면 소득의 단절 또는 변동성이 높을수록 가계의 지금능력은 취약해 진다.

원 교수는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가계의 소득창출능력의 개선이나 소득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경제·사회적 제도적 장치와 체계가 얼마나 튼실하게 구축되었는가에 크게 좌우된다.”고 언급했다. 이 부분에서 한국과 북유럽은 실업에 대한 사회안전장치의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에서 취약층이 실업 상태에 처한 경우 소득대체율이 고용시 소득의 42%였던 반면,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는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였다. 이는 네델란드가 실업상태에서도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덜 늘어난 이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집단대출을 통해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LTV(담보 인정 비율 loan-to-value ratio) 및 DTI(총부채상환비율 Debt-to-Income Ratio) 규제 등의 거시 건전성 정책 수단의 강화, 은행을 비롯한 여신기관에 대한 심사기준 강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정책 이외에도 광범위한 경제·사회 정책 개선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원 교수는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높은 가계부채비율은 그 자체로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회안전장치와 복지제도가 미흡한 한국의 경우 그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이므로 복지 확충을 통한 가계부채 문제 완화가 요망된다고 했다.

김재봉 기자  kimjaib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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