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김희은 기자] ‘GMO반대 전국연대’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국회의원은 지난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쌀의 비소 허용기준을 미국 기준에 맞춰 0.2mg/kg으로 고시하고 내년 3월부터 시행할 방침임을 밝히며 국내 쌀 비소 허용기준 관련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비소는 옛날 임금이 신하에게 내리던 사약의 주성분이자 피부암과 폐암, 방광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인체에 해를 입히므로 가능한 한 엄격한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식약처가 2015년 국내산 쌀 1,101건을 검사한 결과 무기비소 함량 평균 0.06mg/kg(0.012~0.152mg/kg)으로 나타났고 이는 전체 시료 가운데 검출범위 0.1mg/kg 이하가 98.1%를 차지, 따라서 쌀의 비소함량 기준을 0.1mg/kg으로 강화하더라도 부적합률은 0.1%에 불과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식약처는 이런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쌀의 무기 비소 기준을 0.1mg/kg으로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쌀 소비량과 부적합률을 고려하고, 국제기준 등을 운운하며 현행안 0.2mg/kg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쌀에 포함된 비소, 비소 원소기호

우리나라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훨씬 적은 미국 당국조차 지난 7월 1일 아이들이 먹는 유아식에 대한 비소함량 허용치를 국제기준 0.2mg/kg에서 0.1mg/kg로 강화했다. ‘GMO반대 전국연대’와 김 의원은 이런데도 식약처는 미국에도 없는 단서조항을 달아서 쌀이 50% 이상 함유된 유아식에 대해서만 0.1mg/kg기준을 적용하는 어처구니 없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식약처의 쌀에 대한 비소함량 기준치 설정에 대해 시민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반발해 온 것은 이미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식약처는 2014년 10월 1일 같은 기준을 고시예고 했다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시민단체, 생협, 농민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시민사회는 당시에 “우리나라 쌀은 비소에 대해서 안전한 편인데 왜 느슨한 기준을 채택하느냐”, “식약처가 비소 함량이 높은 미국 쌀을 팔아주기 위한 기준을 만든 것이 아닌가”, “고시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시민사회가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쌀 소비량이 7배나 많은 반면 쌀 비소 함량은 적은 만큼 미국, 유럽 등의 국가보다 쌀의 안전성 기준을 강화해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합리적인 기준을 요구하는 국회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국산 쌀의 비소 함유 실태를 충분히 조사해서 가장 안전하고 적합한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0.2mg/kg 기준 채택을 상당기간 보류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런 식약처가 올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쌀의 비소 허용기준 0.2mg/kg은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불합리한 것이다. 더구나 식약처가 고집하고 있는 쌀의 비소 함유에 대한 안전성 잣대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우리나라의 14%에 불과한 미국보다 느슨한 실정이다.

비소는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쌀 소비가 훨씬 적은 미국조차 국제기준 0.2mg/kg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쌀 비소 허용기준을 결정한 식품위생심의위원회 구성 시 그동안 쌀의 비소 기준 신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민변을 비롯한 시민단체, 생협, 농민단체, 전문가, 식량닷컴 등을 배제했다. 대신에 일부 학자, 공무원, 그리고 한국코카콜라, 농심켈로그, 샘표 식품안전연구소 업계 관계자 등을 식품위생심의위원회에 참여시켰다. 이런 점은 식약처가 국민 안전보다 식품기업들의 이해를 반영하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에 ‘GMO반대 전국연대’와 김현권 의원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현행 쌀의 비소 함유량 허용 기준 0.2mg/kg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기준이 아닌 만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서울대 최경호 교수는 무기비소 함량이 0.2mg/kg인 쌀을 섭취할 때, 우리나라 사람에게 나타나는 발암 위해도가 환경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초과 발암 위해도의 최고 범위를 9배 초과한다. 또 비발암 위해도도 허용수준을 두 배 가량 넘어선다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 여건을 반영한 실행가능한 최선의 기준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에, 단 1년 간의 오렴도 조사에 근거한 기준 설정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터무니없는 것이다.

△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 맞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연합은 2012년 ‘컨슈머 리포트’ 11월호를 통해 미국 쌀 생산량의 76% 차지하는 아칸소주, 루이지애나주, 미주리주, 텍사스주의 쌀에서 더 많은 양의 무기비소가 검출되었다고 밝히고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의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미국소비자연합은 “어른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먹지 말고, 5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쌀이 들어간 이유식을 먹이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미국은 이유식 비소 허용치를 0.1mg/kg으로 강화했다. 쌀을 주식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 쌀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비소 안전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 없이 기준만 정해 시행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간다. 쌀은 우리나라 주식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비소에 대한 생리 감수성, 우리나라 토양과 쌀의 비소 오염 등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민의를 수렴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심의위원회를 공정하게 재구성해야 한다.

기존 식약처의 쌀 비소 허용 기준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온 소비자 생협과 시민단체, 학계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국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쌀은 우리나라 국민 주식이다. 따라서 쌀 속의 비소는 국민 건강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김희은 기자  gwelfare01@gmail.com

<저작권자 © 강원종합복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