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김재봉 기자] 저출산으로 발생하는 제2의 인구변천은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학산되고 있는 추세다. 저출산은 고령화와 맞물려 사회적 위험요인이 되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정부도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범 정부차원에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차 19조7천억원, 2차 60조5천억원 등 10년 동안 80조2천억원의 예산이 집행됐지만, 지난 15년 동안 합계출산율이 1.3미만의 초저출산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는 이미 ‘저출산의 덫(Low Fertility Trap)'에 빠져 획기적인 계기 없이는 더 이상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구 150만의 강원도는 면적은 넓지만 산악이 험준하고 도내 교통이 불편해 지역민들의 왕래가 어렵다. 특히 교육환경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해 고등학교 졸업 후 수도권 또는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들이 많고, 젊은이들이 취업할 기업이 부족한 관계로 대학졸업 후 수도권 및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젊은 층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행한 저출산 대책평가에서도 “저출산·고령화는 예측가능한 위기이지만, 국민 삶의 질과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국가 최우선 과제”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적 수사(rhetoric)에도 불구하고 정책수단의 강도나 재정투입의 규모, 실제 나타난 성과 등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그러나 저출산은 정책적 개입(Policy Intervention)을 통해 개선이 가능한 현상이다. 국가와 사회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가용한 최대 자원을 투입하여 관련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

계층화분석법(AHP, Analytic Hierarchy Process)을 통해 전문가들과 지자체 담당자들의 설문조사에서 일(job)가정(home)양립과 보육·돌봄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게 나타났다. 세부정책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보육·유아교육’, ‘일가정양립 실천을 위한 근로현장의 문화 및 행태 개선’, ‘돌봄 지원체계 강화’, ‘일가정 지원제도 활성화’, ‘정규직 전환 확대 및 임금격차 해소’ 순으로 정책 우선순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면에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적성·능력 중심 교육체계 개편’,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기회 확대’,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 제고’ 등은 중요도가 낮게 평가됐다. 특히 세부정책별로 영향력 계수(전체 효과 중 저출산 해결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적용한 분석 결과 2016년 저출산 관련 예산의 약 30%인 6조5,920억원은 저출산 문제 해결과 직접 연관성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정책 추진을 위한 추가재원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설문 결과 전문가 67.4%(62명), 지자체 담당자 91.8%(157명)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재원 확보 방안으로 전문가와 지자체 담당자들이 모두 법인세·소득세 등 세율 인상과 세출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이 가장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한편 저출산의 원인요소로 ‘소득·일·결혼’에서는 가구소득의 양극화, 일자리의 질 저하, 비혼·만혼의 증가, 남성중심의 결혼과 가족문화 등이 지적됐다. ‘출산·양육·교육’에서는 남녀 간 양육분담의 불평등, 부모의 생활시간과 보육서비스 제공시간 간의 불일치, 양육·교육의 금전적 부담(고등학교 졸업까지 자녀 1인당 1억6,760만원 추정)이 제기됐다.

특히 일자리부분에서는 실증분석 결과 취업 여부는 미혼남녀의 결혼의향에 유의미한 영향을미치지 못하였으나 근로형태(정규직 여부)는 결혼의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으며, 전문가 대상 AHP결과 제3차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정규직 전환 확대 및 임금격차 해소’가 혼인여건 개선 분야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장시간 근로개선은 기혼자의 일·가정양립을 통한 희망자녀수 증가뿐만 아니라,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 학대 등 미혼남녀의 혼인 이행 확률을 높이는데도 유의미한 영향을 줬다.

결혼을 해 아이가 출생해도 많은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직장에서 육아기근로시간단축 1년의 허용기간 제한으로 육아휴직과 동등한 활용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0세~2세 영아 부모는 시설보육보다 직접양육이나 개인양육지원서비스 이용을 선택하고 있으나 가정양육수당의 지원단가가 보육료에 비해 낮아 실질적인 양육비용을 상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취업 기혼 여성의 동거 가구원 돌봄을 위한 이동시간 분포 분석 결과에 의하면 현행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시간과 방과후돌봄 수요자의 시간 이용에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출산의 요인 중 하나는 또한 사교육부담이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학벌사회 및 대학서열체제와 대입제도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의 대처는 미약하고 공교육 개선을 통한 사교육 경감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행 대학서열체제나 입시제도 하에서 도입하는 새 교육과정은 학교 교육에 안착이 불투명하고, 고등학교의 유형별 계층화 극복을 위한 한시적 재정 지원 등 일반고 지원 강화는 현행 고교 계층화를 다양화로 바꾸기에는 실효성이 부족하다.

특히 정부가 정책으로 제시하는 고교 직업교육 강화 및 고졸 취업 활성화 대책은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학력’이 결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저출산대책으로서는 적합성이 부족하다. 또한 대학입학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국가장학금사업은 3조6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 투입대비 체감 효과는 매우 낮으며, 재정적 수단으로 대학등록금의 안정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는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분명히 있다.

-제2부에서는 개선방안에 대한 개요를 살펴본다.

김재봉 기자  kimjaibong@gmail.com

<저작권자 © 강원종합복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