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인간의 가치로운 행동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변화의 시작은 학습자의 처음을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처음을 기억해야 변화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억의 기반이 되는 것이 기록이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불완전한 기록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게라도 유지될 수 있다.

특수교육의 핵심은 개별화교육이다.
특수교육대상자에게는 개별화교육계획(Individual Education Plan : IEP)이라는 공식 문서가 작성된다. 특수교육대상자의 개별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는 유일한 교육적 성장기록인 개별화교육계획 문서는 학령기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특수교육상황에서 교육적 요구에 따라 작성이 되는 개별화가족계획(Individual Family Service Plan : IFSP)이나 개별화교육계획은 학생생활기록부처럼 학교생활전반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

개별화교육의 기반은 학습자의 발달에 따른 관찰기록이다. 관찰기록은 학습자, 부모와 교사의 공동체적 성격을 띠어야 한다. 장애아 부모는 자녀의 장래에 대한 걱정과 준비로 장애이해교육, 부모교육 등 다양한 정보 탐색을 시도하나, 개별성과 특수성이 고려된 대안을 찾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대부분 장애아 부모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장애자녀 성장에 따른 기록물의 중요성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런 시간 속에서 장애아들에게 주어진 서비스 프로그램, 서비스 제공자,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기억과 함께 사라진다.

학령기를 마친 장애인들은 취업으로 사회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되돌아오기도 하며, 상당수는 장애인평생교육기관에서 계속교육을 이어가게 된다. 계속교육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자기표현이 부족한 장애성인에 대한 지원이 그들의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서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스스로 드러내어 표현하기 어려운 그들의 기록은 그래서 더욱 더 소중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자기표현이 부족한 장애아의 성장과정에는 진단 시점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 생활에 깊숙이 개입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입은 치료나 교육을 목적으로 일정기간, 즉 학령기에 집중되어 있다. 아울러 부모의 관심과 보살핌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심을 잃어간다. 장애아 개개인의 상황도 다양한 개인차를 보이게 되며, 이런 개인차는 부모의 장애에 대한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장애아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종단연구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에 대한 종단연구는 오래도록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삶을 공유하고 있는 부모나 가족 같은 상황에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니(가명, 필자의 자녀)가 어려서 특수교육기관을 다닐 때 유사한 상황에서 성장한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궁금했으나 알 수가 없었다. 장애인복지관이나 특수학교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장애아들을 볼 수는 있었지만, 그들의 출발점과 성장과정은 알 수 없었다. 장애아는 누군가의 보호나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존재이다. 그 역할의 상당부분은 부모의 몫이지만, 부모가 끝까지 자녀의 보호자가 되지는 못한다.

‘성년후견인제도’가 시행됨으로(2013.7.1.) 언젠가는 지니도 후견인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앞으로 ‘성년후견인제도’는 장애인 개인의 삶의 여정이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잘 조직되고 정비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 삶의 내부를 들여다볼 때 정작 중요한 것은 제도적 지원이 아니다. 성년이 된 장애인 개인이 어떤 문화를 경험했으며,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삶의 이력이 성년후견인에게 전달되어 이들의 삶이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년후견인이 장애인들의 삶의 여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료 및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스스로 드러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아의 삶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생애를 잘 표현해줄 수 있는 사진이나 기록물들의 이미지로 생애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생애포트폴리오를 통해 누적된 삶의 기록은 그들의 역사이며, 장애인평생교육계획을 위한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생애포트폴리오를 어려서부터 만들어 자료를 누적할 수 있다면 진로 상황에서 기관에서 요구하는 기본 서류보다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여 그에 합당한 배치나 직무를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며 해당 취업현장에서는 지원자의 성향을 잘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또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보여줄 수 없는 지원자의 성취물들을 효율적으로 시각화하여 지원자의 성과와 능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특수교육상황에서 수많은 교육·치료 프로그램들을 통해 각각 산재되어 있는 기록들을 일괄적으로 관리하여 학교교육의 연장선인 장애인평생교육기관을 이용할 때에도 적합한 프로그램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또한 성년후견인에게 위탁 시에도 장애아의 성장에 대한 기록물들이 함께 전달됨으로써 그의 삶에 적합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생애포트롤리오가 필요하다.

정은미 교육학 박사 /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jem9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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