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가명, 필자의 자녀)는 특수교육을 받을 때나, 취미교육을 위해 학원에 다닐 때 신중하게 선택한 프로그램에 대해서 개인적인 이유로 중도에 하차하지는 않았다. J 아틀리에 원장님께 예술고등학교 입시지도를 부탁을 드렸으나, 운영이 어려워 폐업을 하게 되면서 A 예술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위해 중2 10월부터 드디어 입시 미술학원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은 학원을 꺼렸으므로 J 아틀리에에 갈 때도 그곳은 학원이 아닌 아틀리에라는 것을 강조하여 지니의 승낙을 이끌어냈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특수학급이 없는 학교에서 완전통합으로 공부했고, 지니의 경우는 선호하는 것에 대한 습득이 빠르며, 제대로 배우고 이해한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억을 하여 많은 반복이 필요하지 않은 편이어서 하교 후 주 3회 입시 미술학원수업을 받았다. 하교 후 학원에서 밤 10시까지 수업을 해야 하는 피로도와 비용 부담도 고려했다.

중3 5월 입시학원 교육 반년 즘 되었을 때 A 예고에서 개최하는 미술대회에 참가하였다. 아래 그림은 시험장에서 완성작을 제출하기 전에 지니가 폰카메라로 직접 찍어 온 사진이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수상작과 비교해 보니, 정물 묘사와 구도가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였는데, 테이블보가 그려지지 않았다. 정물 모델을 받치고 있던 테이블보가 정물의 일부임을 지니는 알지 못했다. 준비 기간이 짧았고, 경험이 부족했던 탓이다.

A예고 실기대회 참가 작품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처음으로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배치 신청을 하며 A 예술고등학교를 지원했다. 미술에 대한 흥미가 높고,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였기에, 교육과정 내에서 미술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대부분 미술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예고 진학이 지니에게 가장 좋은 교육환경일 것으로 생각했다. 지니가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를 예측할 수 없는 우리로서 A 예고 지원은 당장 미술대학 진학이라는 적극적인 목표를 내세울 수가 없었으며, 그렇게 말할 수도 없었다.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배치의 절차에 따라 교장 선생님과 면담 신청을 하고 남편과 함께 A 예술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교장 선생님은 교장실이 수리 중이라며 우리 부부를 학생식당으로 안내하였고 그곳에서 마주 앉게 되었다. 내가 자초지종을 말하자 A 예고에는 특수교육대상자가 이제껏 한 명도 입학을 한 적이 없으며, 전국에서 미술대학 입학을 목표로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는 곳인데 대학에 갈 것도 아니라면서 굳이 예고에 진학시키려 하느냐면서 타박에 가까운 반문을 하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A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단독 입학 전형일 이 정해졌다. 실기전형을 위해 학교에서는 수채화와 데생 테스트를 위한 준비물을 안내했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입학생 실기전형은 수채화, 데생 중 택1이었다. 홈페이지에 공지된 내용과 달리 2종목을 다 테스트한다고 하여 반문하자 색채감각 및 드로잉 테스트를 모두 하기 위함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나는 입학시험은 일반 학생과 같아야 공정하다는 내용의 이의를 제기하였고 이에 데생 테스트만 시행하였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2007)』제4조 제1항 : 장애를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의 입학을 거부하거나 입학전형 합격자의 입학을 거부하는 등의 불이익한 처분을 한 교육기관의 장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는 조항이 있었으므로 학교는 단독전형이라는 절차를 진행하였지만, 아래와 같은 학교장 의견서를 제출함으로써 지니의 입학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을 겪으며 학교장 이하 교사들의 지지와 환영 속에 입학한다 하더라도, 예고의 개성 강한 학생들 사이에서 지니가 버티기 쉽지 않을 텐데, 상급기관에 이의를 제기하여 입학한다 하더라도, 장애 학생에 대한 최고 관리자의 편견으로부터 시작되는 교육환경을 감당하고 싸워나가야 할 가치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고교 시절의 고귀한 시간을 시작부터 부담감을 안고 불안하게 출발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미련 없이 마음을 정리하고, P 공업고등학교 특수학급 배치를 받아들였다.

선정·배치 서류

지니는 중2부터 고3 2월까지 입시학원에 계속 다녔다. 대학 입학은 막연하였으므로 미술을 취미로 하더라도 제대로 배우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인근 문화센터는 수강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수강대상이 고르지 않았으며 그림의 수준이나 과정이 잘 맞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입시 미술학원이었기에, 지니에게 직접 필요하지 않은 입시정보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과다한 지출이 되고 있었으나, 학원 선·후배와 어울리는 또래 문화를 경험할 기회로 생각했다. 지니는 특성상 선택적 집중력이 높고 습득이 빠른 편이었으므로 학원 교육과정에 모두 참여하지 않고, 피로도를 고려하여 방과 후 주3회 저녁 10시까지 학원에서 그림에 몰두하는 생활 패턴을 유지하도록 했다. 지니에게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필요한 과정이었다.

입시학원 수업 수강

입시학원 수업 수강

정은미 교육학 박사/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webmaster@gwelf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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