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컴퓨터 운영체제의 그림판을 이용한 작품

초·중학교를 완전통학으로 다닌 지니(가명, 필자의 자녀)가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배치를 신청하여 A 예술고등학교 진학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파악한 후, 다른 길을 찾고자 했다. 관내에는 두 군데의 특성화고등학교에 디자인과가 있었다. 각 학교의 홈페이지에서 교육과정을 찾아 비교해보고 실습시간이 많은 P 공업고등학교 디지털 디자인과를 지원하였다.

지니는 컴퓨터 운영체제에 있는 ‘그림판’의 기능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것을 잘 하였는데, 디지털 디자인과에 입학하면서 포토샵, 일러스트 같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표현 방법을 심화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1학년 발상과 표현수업

고등학교 1학년 발상과 표현수업

고등학교 1학년 발상과 표현수업

고등학교 1학년 발상과 표현수업

장애인미술공모전 출품작

고등학교 2학년 때 특수학급 담임선생님의 제안으로 G 장애인미술공모전에 출품하였다. 정물묘사와 수채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출품한 작품이다. 수상작들을 둘러보며 장애인을 타이틀로 하는 행사에서는 장애인의 특성이 나타나는 그림을 요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근무했던 특수학교에서 6월 호국의 달 교내행사로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을 교내에서 전시하고 수상을 한 적이 있다. 장애 유무를 떠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려 아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을 제출하였다.

우리나라 행정구역 지도가 그려진 종이 위에 행정구역 공간 하나씩 접착제를 바르게 하고 학생들에게 색을 선택하게 하여 색 모래를 뿌리게 했다. 행정구역이 하나씩 색 모래로 덮일 때마다 다채롭고 화려한 색의 지도가 만들어져서 아이들은 감탄하며 즐거워했다.

학급마다 제출한 작품들 심사에서는 기대와 달리 우리 학급 작품은 수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후 작품 심사에 참여한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특수학교에서 나올 법한 작품이 아니라 하여 즉, 너무 잘 만들었기 때문에 수상대상에서 제외하였다고 했다. 장애인미술공모전은 더 이상 출품하지 않았다.

지니의 그림 그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어느 정도 그림 그리기의 자질이 보인다고 생각되었던 그 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니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스스로 선택하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였다. 소박하기 그지없어 보일 수 있는 이 생각은 장애를 지닌, 특히 발달장애를 지닌 이들의 대다수에게는 시쳇말로 ‘넘사벽(높은 장벽)’과 같은 말이다. 그만큼 지니는 그림을 통하여 성장하고 있었다.

고3이 되면서 지니의 지원을 위해서 특수학교를 떠나 특수학급에 근무하고 있었으나, 졸업 후 지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이 무거워져 갔다. 지니는 특수교육대상자로 고등학교 특수학급 배치를 받았으나, 일반학급 수업을 받고 있었고 고3이 되면서 직업실습프로그램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며 진로를 위한 직업교육을 받았다.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한 복지 일자리 사업으로 지역사회 도서관에서 매주 14시간의 사서 보조업무 실습을 하고 있었고, 주 1회 방과 후 학교 바리스타 수업에 참여했다.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적정한 근무시간은 그들의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와 일의 지속성을 고려하여 하루 4시간으로 진행된다.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하루 4시간을 도서관 사서 보조 업무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화실에서 취미활동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면, 그렇게 지내는 동안은 개인으로서 행복한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의 생각만 할 뿐이었다. 특수학급 담임선생님의 진로지도와 지니의 지원을 위해 특수교사가 된 엄마가 생각할 수 있는 정보력의 최선이었다.

정은미 교육학 박사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webmaster@gwelf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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