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김재봉 기자] 지난 호에서는 한국의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OECD국가에 비해 낮고, 민간의료보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음을 지적했다. 한국의 입원보장률은 60% 이지만, 스웨덴은 98%, 네덜란드 98.7%, 프랑스 93%, 일본 90.5%등의 입원보장률을 소개했다.

한국사회에서는 ‘큰 병에 걸리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었다. 평범한 서민가정에서 가장(家長)이 암이나 불치병에 걸리면 매월 정기적인 수입은 사라지면서 몇 천만 원씩 부담해야 하는 병원비로 인해 결국 집을 팔거나 대출 또는 빚을 얻게 되어 남은 가족들은 감당하지 못할 빚에 허덕이는 ‘패가망신(敗家亡身)’을 한다는 말이었다. 가장이 아닌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누구라도 암에 걸리면 천문학적인 병원비와 고통이 뒤따랐다.

‘내가만드는 복지국가’(이하 내만복)의 김종명 의료팀장은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웨덴의 경우 외래 진료비가 15만원을 넘어가면 전액 국가가 책임지고, 입원비도 하루당 낮은 상한을 적용한다. 독일은 자기소득의 2% 이상 부담하지 않도록 한다.

의료비에 대한 건강보험의 높은 보장률과 동시에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까지 시행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로 의료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만복의 김종명 팀장은 “한국도 입원 보장은 90%, 입원/외래/약값의 부담 총액이 급여와 비급여를 합해 연간 100만원을 넘지 않는 본인 부담 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장성 확대를 주장하면 재원을 문제 삼는다. 이에 대해 내만복 김종명 팀장은 “현재 20조원에 이르는 누적 흑자 재원이 있다. 이 금액은 1년반 정도 전 국민이 서구유럽 복지국가 수준의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충당해야 한다.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있다면 과중한 본인 부담금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값비싼 민간 의료보험 지출도 불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즉 보장성 확대를 위한 건강보험료 인상은 전체 의료비 부담을 절감해주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국민이 동의할 것이라 판단된다.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해야

건강보험료의 형편성 문제는 오래된 과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성, 연령, 재산,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여 합산해 실제 소득이 적거나 없는데도 능력보다 과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잘못된 부과체계의 대표적인 사례가 송파 세 모녀의 건강보험료가 5만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가입자들은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적용하고 있어 금융소득, 임대소득, 양도 소득 등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근로 외 소득은 대부분 불로 소득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소득 상위 계층인 경우가 많다.

현재 건강보험 부과체계 방식으로는 불평등한 사례를 다수 발생하게 된다. 직장에서 은퇴하거나 퇴직하여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은 사라졌지만 건강보험료는 대폭 올라 사회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불합리한 부과체계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 금융소득, 사업소득, 임대소득과 같은 종합소득, 양도 퇴직 소득, 상속 증여 소득 등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소득 기준으로 단일하게 부과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강보험료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박근혜 정부도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약속했지만 결국 백지화했다. 지난 4.13총선에 야3당은 다시 한 번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재추진했다. 건강보험 부과체계에서 ‘성, 연령, 재산, 자동차’ 등을 제외하고 소득중심으로 개편하면 연간 5조~9조 원의 추가적인 재원마련이 가능하다.

■3분 진료로 대표되는 한국의 병원 시스템

동네병원, 종합병원의 개념이 없다. 1차 진료기관에서 2차 진료기관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3차 진료기관으로 이송되는 개념이 국민의식 속에 전혀 자리잡지 않고 있다. 이는 대형종합병원들과 대학병원들이 공익이란 포장 속에 이윤추구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무조건 대형종합병원과 대학병원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현상은 신종플루와 메르스가 대유행했을 때도 증명됐다. 환자들은 무조건 대형병원으로 찾아가 수 백명이 밀집한 병원에서 2차 감염을 시키거나 병을 더 악화시켜 환자의 상태가 오히려 중태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또한 대유행이 우려되는 질병에 대한 병원들의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 부족으로 초기에 진압할 수 있었던 질병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창구 역할을 대형종합병원들이 맡았다.

최근 발생했던 메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국으로 메르스를 확산시킨 주범 중의 한 곳이 서울삼성병원이었다. 병원의 환자감소로 인한 적자를 우려해 병원과 보건당국이 발표를 미루면서 서울삼성병원을 찾은 많은 방문객과 환자들에게 메르스 감염을 시켰다. 보건당국은 국민건강보다 대기업의 재정적자를 먼저 우려했다.

병원의 3분 진료도 개선해야 한다. 의료인력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자는 담당 의사조차 충분히 얼굴을 보고 진료를 받기 어렵다. 또한 병원이 응당해주어야 하는 간병 서비스도 환자 가족에게 떠맡기고 있다.

내만복의 김종명 팀장은 어린이 입원 병원비부터 국가 보장으로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로 어린이 병원비를 해결하자는 취지인데, 필요한 재원은 약 5000억원이다. 이는 현재 건강보험 누적 흑자 재원 20조원의 2.5%만으로 해결 가능하다.

김재봉 기자  kimjaibong@gmail.com

<저작권자 © 강원종합복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