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이원종 발행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전무후무한 내부적 불확실성과 함께 미국발로 촉발되는 외부의 불확실성에 맞닥뜨리는 엄중한 상황을 맞게 됐다.

선거 때부터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미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강력한 실천의지를 담은 것임이 드러났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국내외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이민 행정명령’을 강행했다. 최근엔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1~3위인 중국·일본·독일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환율전쟁’을 선포했다.

트럼프는 이들 3개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환율조작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맹공했다. 그 바람에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급락하고 엔화·유로화·원화 가치는 급등했다. 트럼프가 원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 불똥이 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중국·일본·대만·독일·한국 5개국을 환율조작국 이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2007~2016년)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10년간 경제성장률이 잘 하면 1~2%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0%대 성장률을 예상한 전문가들도 상당수였다. 실업, 파산, 구조조정 등에 대한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면 한국 경제 상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라는 조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상대로 한 경제 전망 설문조사에서, 경영자들은 “최악의 상황이라도 예상이 가능하다면 이에 맞춰 긴축경영을 실시하면 되지만 현재 상황은 예측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환율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음에도 정치 혼란으로 잡지 못하는 변수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진단했다.

그런 이유로 올해 경제가 작년에 비해 나아질 것이라고 답변한 경영자는 63명 중 단 1명(1.6%)에 불과했다.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77.8%에 달해 비슷할 것이란 답변(20.6%)을 큰 폭으로 앞섰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에서도 절반 이상 기업(55.6%)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답했다. 최근 수년간 우리 기업들이 매출은 줄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하는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젠 그마저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트럼프와 “보호무역을 추구하는 것은 어두운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설전을 보면, 환율조작과 보호무역 혐의를 쓰고 있는 중국이 자유시장경제의 본산인 미국을 거꾸로 압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244억달러(약 145조5000억원)로 전체 수출액의 25.1%, 대미 수출액은 665억 달러로 13.4%였다.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액을 합치면 전체의 38.5%를 차지한다. 미국이 한미 FTA를 재협상하거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강화하면 대미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국을 통한 간접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큰 위협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수출은 0.3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의 미국이 신(新)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고수해 무역·환율 전쟁이 발발할 경우 세계 경제에 상당히 파괴적일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벌써부터 ‘벚꽃 대선’에 취한 정치권은 물론이고 정부는 한시바삐 정치적 혼돈 상태에서 깨어나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도록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빈틈없이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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