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정은미 박사]장애가 의심이 돼 상담, 진단, 치료,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모는 자녀를 잘 이해시키고 그리하여 치료나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장애자녀와 관련된 모든 것을 대상과 상황이 바뀔 때마다 반복적으로 열심히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한 명의 장애 아동이 거치는 치료, 교육실의 수에 대해 연구된 자료를 볼 수 없었다. 학령기 이전, 5년 동안 지니(가명, 필자의 자녀)와 함께 다니면서, 조기특수교육을 받기위해 면담과 상담의 과정을 거쳐야 했던 기관의 프로그램 수는 대략 15개였다. 이 숫자는 치료나 교육을 실제로 수행했던 기관의 프로그램 수만 언급된 것이다. 상담만을 받았거나, 상담 후 대기자로 올려져 있었으나 치료나 교육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경우는 포함 돼 있지 않다. 이마저도 학령기 이전의 조기특수교육 관련 숫자만을 언급한 것이다.

그다지 드러내놓고 자랑 할 만큼의 얘깃거리가 없는 자녀에 대해 아이의 출생상황부터 문제행동, 가족관계, 이전 교육경험, 현재 수행상황 등 자녀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반복적으로 말해야하는 상황은 이미 좌절 속에 있는 장애아부모가 특수교육현장에 들어서면서 계속 마주해야 할 상황의 연속이다. 상담, 진단, 치료, 교육을 받기위해 끊임없이 기관을 순회해야하는 부모의 어려움이나 좌절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적한 연구물은 볼 수 없었다. 이런 연구의 부재는 장애아부모의 삶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관찰이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학령기가 돼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배치를 받고 학교에 입학하면서 장애아에 대한 법적인 문서인 개별화 교육계획서가 만들어진다.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이뤄지는 절차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진학해 학교 급이 달라지고 졸업을 해서 특수교육대상자 선정·배치의 운명이 다할 때까지 학생에게 적합한 교육 제공이란 목적을 띠고 장애학생 개인사항은 개별화 교육계획이라는 문서 속에 기록되고 전달된다.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배치를 받아 학령기 동안 특수교사의 주도하에 작성되는 유일한 장애아의 교육적 성장 기록인 개별화교육계획이라는 문서의 존재는 학령기, 거기까지이다.

학령기를 마친 장애아동은 진학, 취업, 시설입소 등을 위해 면담, 상담을 통해 기초적인 서류작성을 하고 자신의 상황을 구술해야한다. 이때부터 장애아 본인이나 부모가 출생상황부터 문제행동, 가족관계, 이전 교육경험, 현재 수행상황 등을 드러내야하는 과정이 다시 시작된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특수교육에서 진로 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장애학생의 취업이 활발해지면서 학교에서는 취업이 가능한 장애학생의 진로를 위해 이력서, 자기소개서 작성방법을 교육하고 실제 작성해 보지만, 대다수장애아동의 역량은 이력서의 많지 않은 칸을 메우는 것이 쉽지 않다.

특수교육은 강점을 찾아내고 장점을 부각시키는 교육이지만, 진로와 취업 면접을 앞에 두고 있는 장애학생들의 강점이나 장점은 그들에게 존재하는 부족한 점, 단점들에 의해 희석이 된다. 특수교육은 장애아가 가지고 있는 잔존 능력을 찾아내고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애아는 뛰어난 소질과 능력을 나타내는 경우에도 장애라는 stigma(낙인)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기 쉽지 않다. 스스로 표현능력이 부족한 장애아가 나타내는 소질과 능력은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적어 넣을 수 있을 만큼의 표준화된 능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러기에 주목받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간단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필자는 생애포트폴리오 작성이라는 방법을 찾아내게 되었다. 지니의 출생, 성장과정, 가정환경, 교육기록, 진로와 관련된 성과들, 일상생활, 체험 및 여가활동 등 20여년 성장의 전 과정을 담은 생애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그 자료를 가지고 직접 취업현장을 찾아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상담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그대로 연구로 진행해 ‘아스퍼거 여성의 삶에 대한 종단적 사례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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