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송 석(단국대 초빙교수)

[강원종합복지신문 김송석 교수] 인간은 누구나 삶의 목적을 행복에 두고, 복(福)을 추구하며 생활한다. 동양고전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명심보감의 계선편(繼善篇)이나 서양인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성서의 누가복음6장에 나타난 전통적인 복에 대한 개념은 절대자 혹은 보편적인 가치로서의 하늘이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보상으로 베푸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기복(祈福)을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근세 이후 발전하게 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에 대한 성격 역시 시혜의 성격을 띠고 발전해 왔다. 즉, 장애인에게 마땅히 필요한 사회적 지원이나 지지 및 배려도 권력자나 기타 힘 있는 집단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적인 수준에 머무르는데 만족하고 당연시해 온 것을 부정할 수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문화의 세기로 지칭되는 오늘날에도 은연중에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 깊은 편견으로 스며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를 구성해가는 삶에 있어서 복에 대한 성격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환해야만 할 것이다. 즉 절대적 존재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피동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회 운동적 존재로서 현실을 직시하고 인간 각자 스스로 삶에 충실함으로서 개체적 존재의 생명력을 창출해 나가는 결과로서 모든 생활의 열매인 것으로 개념을 전환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복의 초점도 누구에 의해 주어진다는 측면보다는 장애인 각자가 어떻게 하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건강하게 담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능동적인 측면을 중요시해야 한다.

따라서 복지의 철학적 개념은 복의 실체인 자아가 삶의 기회운동을 통해서 확신한 생활을 전개할 수 있도록 조장하는 일체의 생명력 생성조화운동이라고 할 것이다. 개체의 생명력은 곧 존재함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어디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어디에 있는 다른 존재들과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세상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존재내지는 누구 또는 무엇과도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존재는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람의 존재를 존재답게 해주는 소속과 관계는 소통에 바탕한다. 타자와 소통 없이는 소속도 관계도 없다.

그런데 그 소통은 대개 기호(記號)와 인지(認知)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기호는 존재의 발신이며 인지는 타자의 수신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남에게 기억되는 시간이 곧 살아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는 인지를 기억으로 갈음하며 존재를 존재답게 만들어주는 소속 혹은 관계를 소박하게 표현한 듯한데(이문열, 2000) 대표적인 사회적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대다수 장애인의 삶 살이는 어떻게 기억되어야 할 것인가. 수많은 속담과 속어 속에서 빗대어지고 병신춤 사위에 빈정거림으로 이어지면서도 끝없이 발신되었던 그들의 삶 살이가 타자의 주의소홀이나 수신거부로 인해 파괴되고 지워져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발신과 수신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 속에서 장애인복지는 참여와 평등보다는 보호와 시혜의 강자적 논리만이 적용되고 실천되어 질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삶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보여 왔던 198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교육 및 복지정책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실천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장애당사자의 치열한 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신노력은 소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며 일방적 요구가 아닌 쌍방적 합의를 나눌 때 곧 수신과 발신이 서로 원활한 소통을 이룰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복지 = 행복조장>이라는 등식에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행복조장의 형식상 주체와 객체는 바로 복지종사자와 장애당사자로 구분되기 십상이나 실천적 의미에서는 인간화를 위한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화의 시작은 종사자가 장애당사자의 요구를 수렴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고 그 다음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당사자의 관심을 파악하고 들어내 실천해주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하며 마지막 단계에서는 함께 행복해 하는 공감의 수신과 발신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은 입장 바꾸기를 공유하며 서로를 증거 해 주는데 스스럼이 없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조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화란 삶의 목적을 행복함의 추구에 두고 있다는 것을 뜻하며 행복하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복지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 할 수 있겠다. 이는 〔논어〕에 기록된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구절의 공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현실적으로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복지관련 종사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변 환경이나 자원 및 처우는 그리 만족할 만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에 대한 눈을 분명하게 떠야하는 것은 인간은 상대를 통해야만 나를 확신할 수 있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적 빈곤에 의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힘을 조직하여 복지사회실현을 위한 제도개선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문화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오늘날 국가의 사회적 역할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복지의 선명한 눈을 통해 복지의 삶 곧, 문화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을 지원하는 노력은 현실적인 복지국가 건설에 직접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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