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을 앞둔 2월까지 지니는 입시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그림의 기본부터 배워보자는 생각이었으나, 지니 또래들이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입시학원 밖에 없었다. 지니가 J아트리에에 다니며 표현한 작품들을 보며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분야로 이끌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면 내가 그 분야에 대하여 알아야 했다. 지니 때문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으므로, 지니가 입시학원에 다닐 때, 나는 그림을 그리는 교사 모임을 통하여 지금의 화실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었다.

마침 지니가 다니던 학원의 수채화 반이 없어졌다. 졸업 후 취업이 어려운 순수미술전공 대학입학 지망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화실 선생님께 상의를 드렸다. 그래서 그간 지니의 그림 공부에 관심을 보이시던, 내가 다니던 화실 선생님을 지니가 만나게 되었다.

화실의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3둥이 사촌동생을 위한 첫돌 기념

 그동안의 작품을 보시고는 ‘이렇게 재미없는 그림을 그렇게도 재미있게 그리는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하시며 선생님의 지도가 없어도 자기의 색깔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가주시겠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지니의 관심사와 특성만을 보셨고, 그에 어울리는 지도를 해주셨다. 화실선생님은 지니가 집중력, 관찰, 묘사가 뛰어나고 색감이 좋은 학생이며,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는 아이라고 하셨다. 장애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도 하셨다.

지역사회에는 취미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러 곳을 찾을 수 있다. 지자체, 종교단체,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타가 있으며, 학원도 있다. J아트리에가 문을 닫고 달리 갈 곳이 없어 문화센타에 가보기도 하였으며, 적지않은 돈을 내고 입시학원에 가기도 하였다.

그림을 보고 판단을 하고 제대로 된 지도를 해 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자라는 아이에게는 큰 행운이다.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림을 그리는 지니의 인적네트워크의 중심에 계시는 화실선생님은 지니의 마음을 참 잘 들여다보신다. 어쩌다 화실 가는 날에 다른 일정이 겹치면 지니의 표정이 좋지 않아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특수교육이라는 상황을 겪으며 이런 네트워크의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더 없는 행운이다.

선생님 선생님 우리선생님

정은미 (전) 특수교사, 교육학박사 한국장애인가족문&  jem9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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