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하게 되었다. 부모님 칠순기념으로 참여한 가족 추억 만들기 여행이었다. 태국의 여름 바다에서 해양 스포츠인 패러 세일링의 짜릿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니는 그 당시에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미처 잡을 새도 없이 그냥 달려가기 일쑤였던 시절이었으며, 정황상 어렵게 참여한 여행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성공이었다.

우리나라보다 적도에 더 가까이 있는 나라였기에 공항에 내리자마자 후끈 달아오르는 찜통더위에 다들 힘들어했다. 지니는 처음 해외여행이었으며, 집집마다 어린 아이들이 있어서 즐거운 추억을 남기는 여행을 기획했고 그래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선택했다. 어린아이이기에 패러세일링을 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장 패러세일링 보조 요원들이 동승하여 어린 지니가 패러세일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패러세일링 착지를 하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깡총 깡총 뛰며 좋아하던 그 얼굴표정을 잊을 수 없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날씨를 경험했고, 아직 우리나라 바닷가에서는 미비했던 해양스포츠를 즐겼다. 큰 코끼리를 타고 코끼리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으며, 악어 농장에서 악어들이 우글거리는 것을 보았다. 원숭이쇼를 보며 직접 만져보기까지 했다. 이 모든 것을 너무 신기해 했고 즐거워했다. 평소 주말마다 지니와 지니오빠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다니며 기운이 소진되어 힘에 부칠 때가 부지기수였지만 이전의 표정 없던 얼굴을 생각하면 이 모습이 얼마나 좋은가를 떠올리며 지니가 즐거워하며 반응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다음에도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니메이션에 푹 빠진 지니는 고학년이 되어가면서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사는 나라들과 문화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고, EBS ‘세계테마여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세계여행 프로그램의 덕후가 되었다. 시·공간 개념에 대한 이해와 학습속도가 빠른 편이었으므로, 세계지도에서 특정한 나라의 위치와 문화, 음식, 생활 모습을 줄줄이 이야기하면서 이런 내용도 종종 그림으로 표현해놓았다.

지니는 위인전 읽기를 좋아했는데 위인전 속에 나온 주인공이 살던 나라가 나오는 TV 해외여행 프로그램을 눈여겨보았다. 그가 살았던 나라와 지역, 음식과 생활을 이야기하기 좋아했다. 엄마가 함께 여행할 수 없어 주변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여 이모와 함께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일본,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터키를 여행했다. 패키지 투어에서 가이드가 관광객에게 하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아이, 관광객에게 안내하는 역사와 문화설명에서 틀린 부분을 지적하는 여행자가 되어있었다.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면 우리나라의 IT, 통신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 할 수 있다. 다양한 방송 채널이 구축되어 있으며, 인터넷 회선과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든 자유롭게 시청이 가능하다. 또래와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방송과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는 외부세계와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좋은 방향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주의가 필요하지만, 아이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어떤 것보다 더 좋은 매체로서 기능한다.

지니가 고등학생이 되자 나는 지니와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지니는 여행을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여 미리 여행지를 탐색하고, 영상을 미리 챙겨보기도 하였으며 지역사회 도서관에서 여행 관련 책을 대출하기도 하고, 서점에서 여행책을 사기도 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후 TV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는 장면을 다시 보면서 다녀온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지의 지리, 문화, 역사에 대한 정보를 지니가 잘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 부분에 대해 대충 준비해도 됐다. 지니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편이 아니었지만,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이국적인 음식에 대해선 특유의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잘 먹는다. 여행이나 요리 방송 채널 출연자들이 요리를 시식하며 보여주었던 리액션을 따라 하면서 처음 먹어 보는 낯선 음식들을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먹었다. 다른 여행자들이 먹기 어려워하며 지니에게 권해주는 음식들도 기꺼이 먹어치운다.

여행을 통하여 관심의 폭도 넓어졌지만, 그로 인해 달라진 것도 많다. 만들어 먹는 음식이 퓨전화되어 가고 있고, 편식이 심했었는데, 거꾸로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게 되며 아이러니하게도 예전에 먹지 않던 토속음식들을 먹게 되었다. 미식가가 되어 홀로 돌아다니며 이용하는 식당과 카페의 메뉴도 하나하나 늘어가고 있다.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경험들은 만난 지 오래되지 않은 사람들과 소통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얘깃거리의 좋은 소재가 됐다. 지니에게 여행은 학습의 총체이며, 이제까지의 모든 경험이 재구성되는 학습의 현장이었다. 또한, 이제껏 안개 속을 헤치며 살아온 우리에게 여행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Self Gift)이다.

정은미
(전)특수교사, 교육학박사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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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기자  webmaster@gwelf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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