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가장 많이 알려진 치과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중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이가 좀 시큰거리기도 하고 패여있는 것이 충치가 생긴 것 같아 동네 치과를 갔는데, 치과의사가 딱 보더니 이가 썩었다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 이사도 하고 여기저기 몸 아픈 곳도 많아서 보험되는 재료로 떼우기로 하고 치료를 들어갔는데, 순간적으로 엄청 아프더니 충치가 깊어서 신경치료를 하고 씌워야 된다고 말을 들었다.

불편하긴 했지만 많이 아프지는 않았던 치아인데, 치료 도중 이렇게 아플 정도로 많이 썩은 것 같지도 않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보험되는 재료로 떼우기로 했는데 갑자기 이를 씌워야 한다니 청천벽력같다.

이를 하나 씌우는 데 한 두푼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치과의사가 일부러 아프게 하고 과잉진료를 한 건 아닐까? 여태 치과 안 가고 잘 살았는데 괜히 치과를 가서 돈만 날린 것 같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 것 같지 않은가? 필자에게도 고민상담을 하는 이웃들에게서 심심치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충치에 관해 환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불만 중 하나는 치과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며, 또 하나는 잘 보이지 않고 별로 아프지 않은 치아인데 왜 이렇게까지 치과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환자가 치과를 찾는 여러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충치 치료이며, 대부분 아파서 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치과의사는 아픈 증상보다는 원인인 ‘병’이 무엇인지를 진단하고, 이를 치료하여 해결한다. 아픈 것은 증상이고, 병은 원인이기 때문에, 원인을 해결해야 증상인 아픈 것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인이 있다고 해서 꼭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원인이 줄어들거나 해결되는 과정에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치아나 잇몸뼈는 단단한 조직이라 원인인 병이 있다고 해서 꼭 아프거나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육안으로 보는 구강검사와 x-ray 로 알 수 있는 치아 내부의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다. 충치라고 하는 치아우식증은 세균과 세균이 내뿜는 독소로 인해 치아의 단단한 조직이 무르게 ‘탈회(치아 내부의 단단한 칼슘이나 무기질이 빠져나가는 것)’되는 현상이다.

문제는 탈회현상이 30~40%까지 진행되기 전에는 방사선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충치가 눈으로 확인 가능한 부위라면 판단이 비교적 쉬우나, 확인이 어려운 치아 사이 부위이거나, 안쪽으로 위치해 있다면 방사선 사진으로도 정확한 깊이와 크기는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어디까지 얼만큼 썩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직접 충치를 제거해야 가능하다.

박고운 원장  gwelfa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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