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해 초심을 잃은 몇몇으로 인해 온 나라가 떠들썩한 반면에 국민일인당 소득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되었다는 이 마당에 뭔 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잘살게 된다는 게 비단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는 것만이 아니라 소외계층을 포함한 사회구성원 모두의 자존감을 서로 확인할 수 있는 사회. 곧 각 개인의 품위 있는 문화생활이 보장할 수 있는 국가일 때 비로소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심신의 손상으로 인해 기능상의 저하로 말미암아 사회적 불리에 처한 사람'으로 이해되는 장애인과 그들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부모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 그래서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묶인 공동운명체. 가족구성원 모두가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는 나라. 그게 진정한 복지국가를 추구할 줄 아는 선진국이다.

어느 시인이 그랬다. 가끔은 몸살을 앓고 싶다고. 며칠쯤 열이 나고 입이 써서 드러누워 있다가, 때가 되면 열이 조금씩 떨어지면서 어쩐지 무엇인가 입에 대고 싶은 상쾌함을 느낄 때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살이 변화 없이 따분할 때면 한번쯤 몸살을 앓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몸살, 그것은 며칠 후에는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병이다. 아픔의 끝이 보인다. 몸살을 앓고 일어선 사람의 입장이 ‘따고 배짱’이다.

그러나 영원히 나을 수 없는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심정을 아는가? 장애인 자신뿐 아니라, 그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본 적이 있는가? 장애는 앓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극복해서 인간승리를 이루어내야만 하는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우리는 과연 인간냄새 풀풀 풀기며 공감을 통해 소통하는 공평한 세상 삶 살이를 하고 있는 건가?

세상에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이 온 거지, 이 아이들 때문에 세상이 더 부족해지거나 균형이 깨지는 게 아니다. 그러기에 장애아교육은 부족한 것이나 모자란 것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우고 느끼는 과정 자체가 한 장애아이의 소중한 삶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일부 장애아 부모들 중에는 치료와 교육을 통해 장애아를 장애가 없는 아이들처럼 만들려고 애쓰는 이들이 많은데, 그러면서 아이도 부모도 오히려 삶이 피폐해지기도 한다. 자녀의 장애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치료와 교육에 매달리면서 점점 탈진하게 되고 또 다른 자녀나 심지어 남편에게도 소홀해져 결국 가정파경으로 치닫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애개인이나 그가 속한 가정의 문제이지 사회나 국가의 문제로 떠오르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사회는 자신과 다른 삶의 방식에는 무례하고 때로 폭력적이며 잔인하기까지 하다.

특히 성과 사랑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삶에서 일상적이고 핵심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장애인의 이성간의 교제나 결혼과 같은 성적 삶에 대한 경청이나 옹호는 물론 소통을 위한 시도조차 극히 부족한,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

1980년도 초반 필자가 모 특수학교에 재직 중 향나무로 가려진 잔디밭 한 구석에서 뇌성마비 사내아이 둘이 서로 상대방의 성기를 잡고 자위(엄격한 의미에서 본다면 자위보다는 수음)하는 것을 목격하고 잠시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들은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내 반 소속 학생들이었으며, 둘 중 한 녀석은 학교졸업 후 8년쯤 지나 나의 주례로 가정을 꾸렸고 현재 두 아이의 아빠와 한 아내의 남편으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그 결혼식 이후 지금까지 장애인 결혼식 주례만 대략 40여 차례 섰으니 어쩌면 장애인의 성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그로부터 대략 40여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장애인의 성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는 곧 장애인들 때문에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살겠다고 주억거린 필자였으나 여전히 장애인들의 속내를 알지 못하는 무지와 현장실천력부재임이 여실하다.

이는 또한 장애인문제에서 최우선시해야 할 것 하면 여전히 조기발견, 조기치료, 조기교육의 수순이고, 앞의 원인이 되는 장애예방에는 소홀한 우리의 현실과 다름 아니다.

250만 명에 달하는 장애발생 원인의 약 90%가 후천적 요인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고, 유전적 원인과 선천성원인을 동일시함으로 인해, 장애본인은 물론 그 가족인 일반 형제자매들의 결혼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 및 그 가족의 삶 살이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차별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바로 장애인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편견 때문이다. 정말이지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편견이 너무나 많고 또 심하다.

속담이나 속어. 문학작품 속에서도 수많은 편견을 발견할 수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편견 가운데 하나는 장애인은 성생활을 할 수도 없고, 성적인 것을 원하지도 않으며. 성에 대한 관심조차도 없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장애가 그 사람을 성적으로 중성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장애인에게는 성이 없다? 전형적인 편견이다. 장애는 불편함의 정도 일 뿐이지 결코 사람들이 장애인을 이해하는 방식이 바로 장애인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은 아니다.

세상 그 어느 나라 법에도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성적 표현이나 성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다만 그릇된 인식으로 인하여 평등한 권리로 가는 멀고도 먼 길 도중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성이고 즐거운 SEX인데 장애인에게만큼은 마지막 금기 사항이며 미개척지대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 일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사람에게 주어져 있는 성감대는 생식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무한한 개발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성은 느낌이며 사랑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만족을 얻는 가장 인간적인 본성으로 .육체만큼 정직하고 몰아적인 것은 없다.

이것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외면되어야 하고 금기사항으로 치부되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분명히 장애인들도 성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과 환경이 힘을 모아 사회적이고 낭만적인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들 모두의 과제이다.

장애인의 성에대해 이해하고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도록 해야 함께 사는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김송석 교수  gwelfa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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