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서영석 기자]

최우수상

나의 왼발

강원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박 지 호

저는 뇌병변장애 1급이며, 강릉에서 자립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35세 남성 장애인 당사자입니다. 태어날 시기에 황달로 인한 극심한 고열현상으로 뇌성마비를 가지게 되어 양손, 양다리를 자유자제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이러한 저의 장애상태를 이해해주는 동네 친구들이 저의 집에 자주 놀러와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당시 걷지를 못했던 저를 위해 발로 엎드린 채로 함께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구슬치기 등을 통해 세상과 조금이라도 소통할 수 있는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즐거운 유년기 시절을 보내던 중 동네 친구들이 여덟살이 되자 하나둘씩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늘 함께해주던 시간들을 혼자 보내게 되면서 너무나 외롭고 힘들어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걸어서 학교를 다녀보자는 터무니없는 결심이었죠. 약 1년을 하루에 몇 십 바퀴를 마당을 돌며 걷기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수많은 상처, 골절, 출혈 등을 겪으며 느리긴 해도 혼자 서서 걸을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 학교를 다니며 공부도하고 동네 친구들과 다시 함께할 수 있겠다는 기쁨도 잠시, 부모님께서 학교생활에서 괴롭힘과 학업적응이 어려울 것 같아 저를 강릉에 위치한 오성학교(특수학교)로 입학을 시켜 버렸습니다. 당시의 기억이 정확히 나지를 않습니다만 특수학교에 보낸 부모님을 원망하긴 커녕 학교라는 곳에 다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보고 금주 내로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어린나이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내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할까?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이 면담을 마치고 아버지께서 다음 주부터 강릉초등학교로 등교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중학생이 되어서 아버지께서 알려주셨지만 담임선생님께서 지호는 특수학교에 다니면 안 된다고 지능이 너무 높고, 아이큐는 천재수준 이라 저를 일반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전학을 보내주셨던 것 이었습니다.
이렇게 친구들의 도움과 부모님의 헌신으로 원활히 학업에 열중한 저는 강원대학교 일본어과를 입학하여 일본 아키타대학에 어학연수도 다녀오며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또 다른 어려움과 현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취업에 대한 이 사회의 벽을 실감하며 좌절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이력서를 내면 서류심사는 대부분 통과했으나 면접에서 생각보다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매번 취업 성공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장애인인권과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을 위해 일하고 있는 인권 활동가의 권유로 조금이나마 아르바이트 급여를 받으며 저와 같은 장애인 당사자들을 위해 일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제 인생의 2막이 시작된 것이죠. 처음에는 인권 활동가로서 적응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학업을 즐기며 비장애인과 늘 함께 생활하며 장애인들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고, 알지도 못했던 저로서는 다른 세상에 적응해야하는 큰 어려움과 같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저와 같은 사회의 소수이자 장애인당사자의 인권을 위해 그들의 자립과 완전한 사회통합을 위하여 나아가 한명의 장애인으로서 이 세상에 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보자 다짐하며 열심히 장애인 인권에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며 일을 적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배우연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정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일은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가 또 발생하였습니다. 양손을 사용하지 못하니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활동보조 서비스가 있었지만 당시 제 장애는 지금과 달리 2급이었기에 이마져도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주변에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장애인당사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를 알고 언론매체에 장애 등급으로 인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정말 필요하지만 잘못된 등급심사로 인하며 많은 장애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인권영화 “나는2급이다.”를 제작하고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전국에 장애등급제폐지라는 큰 이슈가 일어나게 되었고 현재는 2급 장애인도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작은 목소리와 영상물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움직였고 바꾼 것이죠.
저는 나는2급이다 제작의 계기로 6개의 장애인 인식개선 및 인권영화를 제작하여 각종 영화제에서 총 14회의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영삼제작 활동과 인권사업진행 등 여러 분야에서 역량을 나타내자 근무처에서도 더욱 성장하여 인권사업팀 팀장과 강릉시 보치아연맹 전무이사 그리고 하슬라장애인야학 평생교육 담당을 맡게 되었습니다. 걷지도 못했던 제게는 본인 스스로 만족할 만큼 발전을 이루게 되었으며 여덟 살에 저를 일반학교로 보내주신 담임선생님을 제 근우처의 지원을 해주시는 강릉시 특수교육지원청의 장학사님으로 재회하는 감격의 순간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관공서와 장애인 보호시설 등에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인권강의를 다니고 있고, 장애인당사자들에게 자립생활의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동료상담가로서 강의도 하고 있으며, 클론의 강원래님과 팀을 이루어 장애인 비장애인 동료들과 문화공연을 전국적으로 하여 인식개선 활동을 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 수기작성을 통해 한 번 더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으며 반성도 하게 되는 시간을 가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35년 동안 왼발만을 사용하며 좌절과 환희를 교차하며 살아온 제 자립생활 수기 이었습니다. 이제 반 인생 살았으니 앞으로도 장애인들을 위하여 인권운동을 하며 불합리한 사회에 맞서 당당히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며 자립생활을 실천해 갈 뇌병변 1급 장애인 박지호를 기억하고 기대해주십시오.

서영석 기자  gwelfare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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