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변바른 기자] 2012년 12월 1일에 개관한 양구인문학박물관은 한국 철학의 거장 김형석, 안병욱 박사의 철학 사상과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양구 출신 이해인 수녀의 문학 정신이 더해져 구축된 박물관이다.

박물관 1층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인의 시인(윤동주·김영랑·서정주 등)에 대한 설명과 서적, 교육자료들을 전시한다. 2층에는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인 안병욱·김형석 선생에 대한 설명·서적·자료를 전시하며, 3층에는 양구 천혜의 자연환경인 파로호가 보이는 쉼터가 있다.

양구인문학 박물관은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문학·철학 정신을 간직한 전시품뿐들만 아니라 ▲양구인문대학 ▲양구 드럼치는 사람들 ▲김형석 교수의 인문학 이야기 ▲군장병 인문학·인성 교육 등을 제공해 군민·군장병과 관광객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 수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민규 관장의 인터뷰를 통해 양구인문학박물관의 설립 과정과 취지,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양구인문대학’에 대한 이야기와 인문학 도시 양구로 나아가기 위한 박물관의 노력들에 대해 들어보자.

▶양구인문학박물관의 설립 계기와 연혁이 궁금합니다.

양구 동수리는 1945년 이해인 수녀님이 태어나신 땅입니다. 처음에는 수녀님의 문학 작품을 기념하고 홍보하기 위해 수녀님의 고향인 양구에 이해인 문학관을 건축하고자 했습니다. 그런 중에 우리나라 1세대 철학자인 김형석, 故 안병욱 박사님의 기념사업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김형석·故 안병욱 선생님은 우리나라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계신 분입니다. 특히 김형석 선생님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연설을 들은 현세대 유일한 생존 인물이시며, 윤동주·황순원·김수환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과 깊은 교분을 나누어온 1시대 철학의 아버지이십니다. 현재 98세의 나이에도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 인문학 강연을 꾸준히 이어가시는 등 인문학에 일생을 바치고 계십니다.

김형석·故 안병욱 선생님의 고향은 각각 평안남도 대동과 용강입니다. 통일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셨지만, 두분 모두 1920년대 생이라 연세가 많으십니다. 통일이 먼 상황에서 양구는 두 분의 고향과 가까운 최북단의 마을이기 때문에, 두 분은 사후 이곳 양구 동수리에 묻히는 조건으로 기념관 설립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이후 두 분께서 평생 수집해 오신 각종 서적과 유물을 기증해주셔서 ‘이해인시문학과 김형석안병욱철학의 집’이 설립됐습니다.

그 후 2015년 11월에 ‘양구인문학박물관’으로 개칭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기존에 소장하고 있던 이해인 수녀님 관련 박물관 소장품들이 수녀님의 요청으로 수녀회 활동을 하고 계신 부산으로 옮겨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 시 관련 전시관에는 근현대 시인 10인의 유물로 대체했습니다. 둘째는 김형석·안병욱 두 선생님의 학문분야가 인문학의 기초가 되는 기초철학이기 때문입니다. 시와 철학, 인문학으로 포괄되는 두 분야를 박물관의 테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양구인문학박물관으로 개칭한 것입니다.

▶ 양구인문학박물관 내 ‘양구인문대학’ 프로그램의 창설 계기와 취지가 궁금하고, 지난 2기 동안 어떤 활동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본래 양구인문학박물관에서는 김형석 교수님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인문학 이야기’라는 강연을 진행하셨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단발성 강의인지라 매번 박물관에 왔다가 강의가 끝나면 다시 흩어지고 마는 것이 아쉬웠던 차였습니다. 그때 김형석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완료 후 수료증을 발급해줄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를 하셨습니다. 양구인문대학 프로그램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프로그램의 취지는 양구 군내에 존재하는 많은 인문학적 요소(박수근 미술관, 양구선사박물관, 양구근현대박물관, 양구백자박물관 등)을 집약하고 거기에 김형석 교수님의 철학적 지식을 합한 강의로 군민의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 새로운 3기 ‘양구인문대학’의 대략적인 강연 연사의 구성 과정과 각 강연들의 취지가 궁금합니다.

양구인문대학 3기는 기존 1·2기처럼 김형석 교수님께서 일부 강사를 추천해주시고 나머지는 각 주제에 맞추어 박물관 측에서 섭외를 했습니다. 1기의 대 주제는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였고, 2기는 희노애락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3기는 삶과 죽음입니다. 매 기수가 진행될 때마다 조금씩 인문학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심화적으로 다루고자 해서 위와 같이 대주제를 선정하게 됐습니다.

▶ ‘양구인문대학’ 수강생들의 대략적인 성별·연령·거주지역 분포가 궁금합니다.

양구인문대학의 수강생들은 주로 20대 후반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에 분포합니다 직업은 군인·퇴직공무원·지역 유지·귀농귀촌인 등 각양각색입니다. 오시는 지역도 다양한데, 양구뿐만이 아니라 인근의 화천·춘천·원주, 그리고 서울에서까지 오시기도 합니다. 2기 때는 춘천에서 오시는 수강생 분이 개근을 하실 정도로 열정적인 참여를 보여주셨습니다.

▶ 양구인문학박물관의 활성화 전략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양구 동수리는 현재 ‘인문학이 익는 마을’이라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 근거한 마을 특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오는 2018년까지 기존의 인문학박물관에 더해 ▲시 문학관 ▲어린이도서관 ▲인문캠핑장 ▲인문커뮤니티 센터 ▲인문학 농산물 판매장 ▲동수리 사료관 등 인문학을 테마로 교육·관광·힐링 등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접경지역인 만큼 군인들에게 인문학 강의나 인성 교육을 군과 협력하여 제공하고 있고, 인문학에서 시와 철학만큼이나 중요한 음악 소양을 높이기 위해 ‘드럼치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군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고,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오는 가을에는 인문학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김형석 교수님과 연예인, 고(古) 음악을 결합해 즐겁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인문학 영상 미디어 교육도 동수리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마을 역량 강화를 위해 마을 기업 운영 교육도 박물관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들을 통해 박물관은 양구를 물리적·지리적인 한반도 중심인 고장인 것에 더하여 한반도 인문학 중심인 ‘인문학 교육 도시’ 양구로 발돋움 하는 데 큰 힘을 쏟고자 합니다.

문의: 양구인문학박물관(033-482-9800)

변바른 기자  gwelfare01@gmail.com

<저작권자 © 강원종합복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