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고운 서울부부치과 대표원장

치과에서 환자가 가장 궁금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진단부분 중의 하나는 충치(치아 우식)의 유무, 그리고 충치의 진행정도(깊이)이다.

충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치아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장 바깥에 있는 법랑질(에나멜)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가끔 ‘치아가 뼈보다 단단하다’라고 말할 때 해당되는 부위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혈관과 신경이 지나가지 않으며, 매우 단단하므로 외부 충격이나 자극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고, 말을 하면서 통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바로 법랑질이 잘 있기 때문이다. 헬멧을 쓰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면, 법랑질은 헬멧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법랑질보다 안쪽에 있는 상아질(덴틴)은 법랑질에 비해서는 무른 조직이며, 가장 안쪽에 위치하는 치수는 신경과 혈관을 품고 있다.

충치 치료에서 진단할 때에는 충치가 어디에 있고,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판단하며 이것을 적절히 회복하기 위해서 치료방법과 치료재료를 고민하게 된다.

충치가 법랑질에만 한정되어 있다면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이 경우 치료 방법은 2가지이다. 충치가 굉장히 작거나 칫솔질로 충분히 잘 닦여 구강위생관리가 잘 될 수 있다면 불소를 도포하는 등의 적절한 예방치료를 시행한다. 충치가 어느정도 크기가 있어 음식물이 끼는 등의 불편감이 있다면 붙이는 재료로 가볍게 치료할 수 있다.
반대로, 충치가 가장 안쪽까지 있는 치수로 진행되었다면 신경치료를 하거나 더 심한 경우는 치아를 빼게 된다.
가장 진단이 어렵고 치과마다 다른 것은 중간 정도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는 상아질까지 충치가 진행된 경우이다. 위쪽 상아질까지 충치가 있다면 가볍게 위를 덮거나 수복해서 끝낼 수 있겠지만 깊으면 깊을수록 치수도 데미지를 입게 되어 치료가 한번에 완료되기 힘들다.

지난회차에 언급한 것처럼 실제 충치의 깊이는 제거해봐야 알게 되며,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도 사람에 따라 달라지므로 치과 의사 입장에서는 깊은 충치의 경우 위만 덮고 끝낼 지, 신경을 보호하는 약제를 깔 지, 신경치료로 들어갈 지 어려운 선택을 내려야 하며 이는 의사의 취향이나 진료철학, 경험, 환자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달라지게 된다.

이것이 각 치과마다 진단과 진료비의 차이가 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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