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위한 제도다.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을 소득수준에 따라 지급받는다. 이 제도는 얼마 전 서울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동반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복지재정 누수도 막아야 한다. 감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수억원의 재산 보유자에게 기초생활급여 등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먹고살 만큼 재산이 있음에도 ‘정부 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는 이들의 부도덕성이 문제다.

‘채근담’은 오늘의 현상을 내다본 듯 “사람들의 형편을 보면 많이 가진 이도 있고 못 가진 이도 있는데, 어찌 홀로 다 가지려고 할 수 있겠는가(人之際遇 有齊有不齊 而能使己獨齊乎)”라며 개탄하고 있다.

물론 어렵고 외로운 국민을 돌보는 일은 국가의 주요 책무 중 하나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즉위교서는 진한 애민정신을 담고 있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은 왕도정치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니 마땅히 불쌍히 여겨 구휼해야 될 것이다. 해당 관청에서는 굶주리고 곤궁한 사람을 진휼(賑恤)하고 그들의 부역을 면제해줄 것이다”

'환과고독'은 네 부류의 외로운 사람들 즉 늙은 홀아비와 과부, 어버이 없는 아이, 자식 없는 늙은이를 가리킨다. 맹자가 왕도정치를 주장하며 남의 어려움을 보면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간의 어진 마음을 강조한 측은지심에 뿌리가 닿아 있다. 오랜 불황에다 혹한 속에 서민들은 기본적인 생계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도시 인력시장마저 일감이 없어 새벽 찬바람만 맞고 공치는 날이 적지 않다고 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여유 있는 이들이 살피고 풀어야 하겠다. 세종은 진휼정책 수행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굶어 죽은 백성이 나오게 되면 경중에 따라 수령을 장 100대까지 처벌했을 정도다. 민초(民草)가 튼튼해야 나라도 부강해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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