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사는 사슴 중 무리에서 소외당해 외톨이로 행동하는 임팔라 사슴은 다른 어느 맹수보다 죽기 살기로 대들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가장 두려운 짐승으로 꼽는다고 한다. 동물의 왕국이라는 아프리카에서 사자, 표범 등의 맹수를 제치고 연약한 초식동물인 임팔라 사슴이 제일 사나운 맹수로 지목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살기 위해 죽을힘까지 다 짜내었기 때문에 나타난 괴력 덕분일 게다.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도 최후에는 고양이에게 달려든다는 것처럼 만물은 처해져 있는 상황에 따라 자아를 지키기 위한 적응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그 때에 나오는 힘은 그야말로 최고의 위력을 가지게 된다. 전장의 한가운데와 같은 위기, 긴장감이 자신이 소유한 모든 힘을 가동시킨다.

사회적 약자의 대표 격인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종종 증오의 대상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타인들을 지목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회적 성공의 잣대가 존재가치(To be)가 아니라 소유가치(To have)중심 속에 있기에 자아형 인간으로서의 대열에서 최우선적으로 소외당해왔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자질의 계발은 함께 사는 사람과의 균형을 이루고 그 균형유지는 결국 더불어 사는 사회의 근간이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많이 가지려는 量的인생들로 인해 그들은 자질 계발의 기회를 강탈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궤변일까?

꽃과 잎이 각기 피고 자라나 평생 동안 만날 수 없는 식물이라 이별초로 불리는 상사화란 화초가 있다. 한 몸인데 같은 시간 안에 존재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임에도 그것을 보는 이들은 아름답다고 한다. 이럴 때 쓰는 독한 말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던가? 뜻있고 즐거운 내 나름의 삶을 찾아 사는 質的 자아형 인간에로의 전환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때다.

월간 山이라는 잡지사에서 한 우물만 팠던 내 오랜 친구인 안중국이가 그랬다. 만물은 모두 波動으로 이루어졌으며 우리의 의식조차도 파동의 한가지인데 진동수와 진폭이 같은 동질의 파동끼리 만나면 공명현상이 일어나 생명력이 활성화된다고. 언제쯤이면 장애라는 멍에를 강제로 쓰고 사는 이들이 내는 파동과 일반인들이 내는 파동이 어떻게 다르기에 공명이 제대로 안 되는지 되돌아 볼 수 있게 될까.

사회가 가진 특성 중에 유난히 돋보이는 나와 다름에 대한 비릿한 편견도 알고 보면 자신의 우월성을 드러내려는 이기집단의 편협 된 수작이다. 인간이라는 본질적 파동이 무시되는 한 사회는 절대로 생명력 신장을 기대할 수 없다. 장애와 일반의 차이는 있을 수 없으며, 있다면 단지 사회라는 틀 유지를 위한 법적 장애인데 이 또한 그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조치일 뿐 가려내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라는 인식확산이 있어야한다.

같은 본질 속에서 다름은 삶의 발전을 위한 노력의 근간이 될 수 있다. 물질만능의 사회는 인간성 회복에 치명타를 가해왔고 그 안에서 장애인들은 속절없이 당하는 피동적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심하게 말하면 때로는 증오의 대상인 적으로 오인되어 무차별 사살되기도 했다. 이제는 변화되어야 한다. 저마다 행복 찾기에 동참할 수 있는 변화. 그것을 위한 순수 난관지대가 필요하다. 동질적 신뢰를 바탕에 깔고 힘과 지혜를 합해 헤쳐 나아가야 할 순수난관지대는 바로 대자연이다.

대자연은 인류가 발견해낸 매우 기발한 감동태생의 메카니즘 그 자체이므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지는 지상최대 최고 순응의 장이다. 자연 속에서 다름은 존재확인의 최소기준일 뿐 감동을 품은 가슴들의 구분방법이 아니다. 태초부터 최후까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동의 순간.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지극히 사랑했을 때에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위대한 힘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의 몸부림이 유난히 많아진 요즈음이다.

에릭 프롬이 역설했던 소유가치에서 존재가치로의 전환도 인위적 한계를 자연의 무한함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에 발상 되었는지 모른다. 자연의 일부로서 인생인 나를 인정하기에 보다 뜻 있고 즐거운 내 나름의 삶을 찾아 사는 質的인간 곧 자아형 인간을 지향하는 의식혁명은 곧 내 삶에 살점을 붙이면 그만이지 남들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발 더 나아가면 나를 존중하기에 남 역시 존중한다는 쌍방존중의 인간성 회복인 셈이다. 나의 가치에 대한 겸손은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감동한 상대방을 통해 다시 내가 감동을 받게 되니 상호상응이야말로 인간성 상승의 지름길인 셈이다. 이 지름길의 터가 바로 자연이니 自然은 天然하며 天然은 必然하니 自然속에서 생명 한 인생은 그 必然함을 확신하는 것이 생명력 조화된 삶을 찾는 첩경일 수밖에 없다.

사회참여의 기회가 극히 제한되어 있는 우리나라 장애인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서 평생학습차원에서의 자연친화적 장애인 여가활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장애인여가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은 물론 중도 .중복장애인도 삶의 주체로서 차별 없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구성요소 즉, 동기유발, 능동적 선택, 자기 주도성, 쓰임새 함양의 네 가지 요소가 적절히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장애인여가활동 프로그램은 목표성취 중심의 극기훈련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장애인이 목적적 존재가 아니라 수단적 대상으로 취급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장애인생활시설 입소자의 여가활동 프로그램 참여율이 26%로 매우 저조한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평생학습차원에서 자연친화적 장애인여가활동에 대한 실질적인 방향성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은 장애인복지제고를 위한 여가문화로서 장애인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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