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종합복지신문 정은미 박사] 서류철이라는 의미를 가진 포트폴리오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포트폴리오는 한 개인이 무엇을 성취했으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 그러한 성취와 경험이 어떠한 단계로 거쳐 왔는지를 나타내주는 자료들의 모음집이다. 

정해진 규칙이나 형식이 없으며 사용하려는 목적에 따라서 본인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자료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한 번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자료가 만들어질 때마다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원할 수 있다. 

필자는 지니(가명, 필자의 자녀)의 성장 전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생애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장애인고용공단의 담당자와 면담을 거치고, 딸이 재학 중인 H대학교의 장애학생지원센타를 방문해 생애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진로에 관한 상담시간을 가졌다. 장애인고용공단 지역담당자와 3시간 30분, H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타 관계자들과 3시간여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장애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다년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한 개인의 성정과정을 다 담고 있는 생애포트폴리오는 처음 보는 낯선 것이었다. 

이력서에 기재 할 정도의 성과를 이루기 어렵고, 문자로 기록할 만큼의 결과물이 많지 않은 대다수의 장애학생들은 일반학생들의 기준에 맞는 이력을 제시하기는 어려워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재능들이 있다. 특수교육은 장애학생들에게도 강점이 있음을 말하고, 그런 강점을 찾아내는 교육임을 말하지만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그 강점을 실제로 보여줘야 할 시점에서 그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포트폴리오의 형식으로 그런 강점들을 표현해 사용한다면, 장애학생들이 상담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전이 할 때마다 겪는 어려움과 그런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당사자와 가족이 느끼는 위축감과 사회적인 거리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니가 생후 29개월 때 장애이해부모교육 둥지교실 주1회 12회기와 생후 35개월에 심리치료를 기점으로 특수교육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중반까지 5년 정도를 장애인복지관, 지역사회복지관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대략 15개의 특수교육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개별 치료나 교육프로그램은 대부분 부모면담시간을 포함해 40분 정도의 시간으로 짜여져 있다. 대부분의 장애인복지관에는 부모대기실이 있다. 부모대기실에서 엄마들은 이런 말들을 주고 받는다. 

“특수 교육을 받아서 나아진 아이들을 봤으면 좋겠어. 좋아졌으면 좋아진 대로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랐는지 봤으면…”
“교육 받아서 좋아진 아이가 있다면, 엄마들이 특수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을 하겠어? 있더라도 잠수 탔지.”

필자는 장애아부모로 24년, 특수교사로 11년을 지냈다. 시작은 지니를 위한 것이었으나, 특수교육 현장종사자의 한 명으로 일하면서 내가 이 분야에서 기여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늘 생각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인프라가 많이 갖춰지고 있어도 교육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몫으로 남아있다. 

지니와 우리가족이 살아내고 있는 삶의 기록과 현장 이 하나의 사례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으나 장애아 부모와 교사 그 외 특수교육관계자들에게 특수교육현장의 깊이 있는 이해에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특수교육현장에서 살아온 24년 삶을 지니의 생애를 중심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평생교육 사회가 도래하고 장애인 계속교육에 대한 필요성,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용량은 한계가 있다. 성인이 된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한사람의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서 계속 이어질 수는 없다. 장애인은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다. 장애인 개인도 자신의 삶에 대한 역사가 있다. 스스로 드러내어 자신을 표현하기 어려운 장애인 개인의 생애포트폴리오는 그래서 더 소중한 개인의 역사다.

편집팀  gwelfare01@gmail.com

<저작권자 © 강원종합복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